한강 공원의 수없이 많은 나무들 중에서도 그 나무는 좀 특이했다.
겉에서 보기에는 아주 평범하지만 나무가 짙고 어두운 색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어두운 느낌이 있었다.
주변 땅이 어두운 것도 아니고 그늘이 지는 곳도 아니고
나무가 특이하게 생겼거나 나뭇잎이 이상하거나
나무가 병에 걸린듯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나무임이도 불구하고 뭔가 좀 이상했다.
유독 그 나무만 그랬다. 주변 나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날씨가 맑고 화창한 날에도 그 나무는 어둡고 기묘한 느낌 있었다.
가끔 그 나무 아래에 서면 다소 이상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무는 그저 나무일뿐이다.
그 이상의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나무 주변으로는 가까이 가기 싫었다.
그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한강 산책을 갈 때에도 그 나무 반대편 방향으로 가거나
나무 주변으로 가야할 때면 일부러 그 나무를 살짝 돌아
지나쳐 가는 방향으로 걸었다.
한번은 친구에게 그 나무가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친구는, 약간 어둡고 이상한 느낌이 있긴 한데
딱히 이상하진 않다고 말했다.
나만 저 나무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저 착각이나 과민함일수도 있었다
한강의 사람들은 그 나무 곁을 산책하고 뛰고 자전거를 타며 지나갔고
어떤이는 그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도 했다
봄이면 새 이파리가 나고 가을이면 낙엽이 지는
한강공원의 나무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어느 해 여름 큰 비가 와서 한강 공원이 모두 물에 잠겼다.
여름 장마기간에 한강 공원이 물에 잠기는 일은
거의 매해 있는 일이니 특별한 건 아니었지만
그 해는 좀 달랐다
불어난 강물이 빠진 후에 그 이상한 나무는 쓰러져 있었는데
땅 속의 나무 부위는 이미 완전히 썩어버린 상태였다.
썩은 나무뿌리 사이로 땅 속에서 대형 여행용 캐리어가 발견되었고
캐리어 속에는 백골이 된 사체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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