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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로익 쿼터 캐스크


라프로익은 나의 좋은 친구 중 하나다

또 한병의 라프로익을 비웠다. 잘가게.


아일라 위스키를 많이 마셔 보았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도 시음 노트를 펼쳐보니 다양한 종류의 

아일라 위스키를 마셔본 것도 사실이긴 하나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오만함이었다


위스키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계속해서 변화한다고 느낀다

처음 뚜껑을 열었을 때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을 때의 맛이 다르고

날씨에 따라 

마시는 환경에 따라서

내 기분과 상태에 따라서도 

맛과 향이 큰 폭으로 변한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위스키가 

또 어느날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라프로익은 라프로익의 맛을 낸다

라프로익은 과묵하면서도 큰 변화없이

자신의 맛과 향을 보여주지만

계속해서 변하는건 나자신이고

불안하고 흔들리고 있는 건 나라는 사실을 

라프로익을 먹다보면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라프로익이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어느 위스키보다도 소중하다

고독한 피트와 강인한 알콜맛 

그리고 단호한 짠맛과 단맛은

다른 위스키에서 느끼기 힘든 매력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편안하고 부드럽고 위로가 되는 존재 보다

오히려 과묵하고 소신있는 친구가 더 나를 편하게 해 준다

나에게 라프로익은 그런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