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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와 함께

 그는 선량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다. 키는 크고 마른 체형이었는데

어랠때부터 병약했다. 온화한 성격이었으나 활달하지는 않았고

수줍음이 많았고 말수가 많지 않았다.

차분한 성격과 함께 인내심이 강했다. 주변사람들이 잘 알지는 못했지만

매우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그저그런 지방의 모 대학의 국문학과를 졸업하고서

글쓰기 논술학원이나 번역과 출판사 일 등을 하면서

소박하지만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그는 어느덧 서른 중반이 훌쩍 넘는 나이가 되었다

그의 부모님은 돈이 많았으나 졸부였다. 수도권에서 작은 제조공장을 운영했지만

사업은 잘 되지 않았었고 그나마 그 사업조차도 외국인 노동자와 직원을 착취하고

납품단가 짬짜미에 원자재 밑장빼기 등의 꼼수를 써서야 겨우 폐업만 면했을뿐

큰 돈을 벌게된 건 공장부지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되면서를

재개발 보상비를 받아서였다

그 이후에도 그의 부모는 몇가지 사업에 손을 댔지만

사업 수완이 없었으니 잘 되었을리가 없다. 재개발 보상으로 받은 돈은

충분히 많았기 때문에 그들은 더이상 일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주식 소문에나 관심을 가지고 부동산에나 기웃거리며

무슨 골프채가 좀 있어 보이는지 알아보고

가지도 않을 백화점 명품관 중 어디가 서비스가 좋은지 좀 검색하기를

소일거리 삼아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그렇게 능력은 없으나 천성은 탐욕스러운 그의 부모는

아들의 삶이 탐탁지 않았다. 세상 물정과 돈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번듯한 직장도 없고

수입이 변변찮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니고

매력이 있어 남의 이목을 끌고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자식이라고 해도 부모는 그의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부모의 생각은 아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묻어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자신을 향한 부모님의 무언의 압박과 불편한 감정이

해가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런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께 더 잘해드리면

언젠가는 부모님도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주실거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는 좋은 아들이었고 비록 부모가 비루한 인간이었어도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 진정으로 부모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사건은 우연한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지인에게서

주식과 그 파생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일확천금을 바라고서 한탕을 노릴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진건 아마도 새로운 세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가장 컸으리라.

한동안 경제와 관련한 것들과 주식매매에 대해 공부한 그는

거래를 시작하고서 네다섯번만에 억대에 가까운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물론 초심자의 행운도 작용했겠지만 날카로운 분석과 냉철한 판단력,

그리고 차분하고도 고요한 마음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큰 수익을 거뒀으리라.

큰 돈을 벌어서 기뻤을까?

그가 느낌 감정은 오히려 끔찍한 수준의 씁쓸함과 허무함이었다.

그토록 사람들이 바라는 부와 재화를 이토록 간단하게 얻었다는 점

이걸 얻기위해서 그토록 서로를 속이고 싸우고 죽인다는 점

세상의 수많은 악의 요소가 돈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

그렇지 않은 척 살고 있었지만 그또한 보잘것 없는 인간이었고

금화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는 한순간 깨닫게 되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가족들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잘했네 훌륭하네 드디어 우리 아들이 사람 구실을 한다며 기뻐했지만

그가 예상한 것보다도 가족들의 반응은 천박했다

그것은 그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겨주고

외롭고 어두운 구석으로 몰고 갈 뿐이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는 그다지 쓸모 없는 존재였다.

금본주의 사회에서 그는 무능한 자였다

진실한 자아 같은건 그의 가족들이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했어도 결론이 바뀌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결국 그는 절망과 외로움 그리고

오랜시간 마음속에 쌓여왔던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서재 수납장 깊숙한 곳에 보관해둔 현금 다발과 금괴 여남은 개를 꺼낸 그는

종이 돈을 강물에 뿌리고서 금괴가 든 가방을 꼭 껴안은채

마포대교에서 강으로 몸을 던졌다. 곧이어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그는 물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시신은 며칠후에 김포 부근에서

발견되었다.

강물에 떠다니는 돈을 줍기위해 마포대교 일대에는 한동안 대혼란이 일어났다.

어떤 이는 공돈을 주워서 좋아하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투신으로 생을 마감한 한 사람을 위해 애도했다

문제는 금괴였다. 그의 시신은 의류와 소지품은 그대로였지만 가방과

그 속의 금괴는 찾을 수 없었다.

가족들은 다이버를 고용해서 한강 바닥을 뒤져보라고 의뢰했지만 금괴는 찾울 수 없었다.

수색 작업은 아들의 장례식 기간 동안에도 계속 되었다. 그 이후로도 가족들은

거액을 들여 수색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금괴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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