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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 코맥 매카시

 


겁나게 재미있으나

동시에 겁나게 읽기 힘든 책을 하나 소개한다

코맥 매카시의 문장은 겁나 길고 독해하기에 난해하다

한 문장속에 너무나도 많은 내용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이해하기 까다롭고 읽는데 오래 걸리는 문장이 겁나 많은데 

심지어 작품 길이도 길다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고 문장 속에서 길을 잃는다

다시 읽어도 미궁처럼 제자리만 뱅뱅 돌게된다

환장할 노릇이다


주인공 빌리 파햄이 십대 시절에 

미국에서 멕시코로 세번쯤 국경을 넘었다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일들을 겪는데

사람들을 만나 삶과 죽음을 보고

소유물을 얻고 잃고 뺏기기도 하고 

말과 가족이 죽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의 끝에서 그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모자를 아스팔트 위에 벗어 놓고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흐느낀다


작가가 1933년 생인데 이 작품은 1994년에 나왔다

60대 초반에 쓴 작품이다

코맥 매카시 아저씨가 60년 살아보고서 느낀 바를 전하는

일종의 세상 탐험 견문록 같은 느낌도 있다


코맥 매카시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점 중 하나는,

이 세상은 원래 이런거고 원래 이렇게 생겨 먹었다

애초에 세상이 이러한 것이지 억한 감정이 있어서 

무슨 생각과 의도가 있어서 그러한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 너는 울고 웃고 발버둥치고 저항하고 노력해 볼 순 있지만

과거에도 그랬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세상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점이다

세상이 어떠하다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감정과 감성을 부여하는건 너가 하는 것이지

세상은 아무 생각도 없고 감정도 말도 없을 뿐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세상이 그러하다는걸 깨달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몹시도 감성적이도 작품의 쩌는 분위기가 엄청나게 매력적이어서

작품에 제대로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코맥 매카시 작품 중에서는 분위기 하나만 놓고 봤을땐

이 작품이 최고라고 본다

심약한 마음의 소유자라서 마음을 단련하고자 한다면 

코맥 매카시의 작품들을 추천한다. 

<국경을 넘어> 는 더더욱 추천한다

마음이란게 그렇다 

찢어져서 너덜너덜해져서 덕지덕지 기워써야

더 단단해진다

이 작품은 당신의 마음을 야무지게 찢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