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아네트》(Annette, 1961)는 그의 아내이자 평생의 뮤즈였던 아네트 암(Annette Arm)을 모델로 한 후기 대표 초상화 및 조각 연작 중 대표작입니다.
자코메티는 동일한 연도(1961년)에 아네트를 모델로 한 회화 작품과 조각(흉상)을 여럿 제작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회화 작품은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1. 응시하는 '시선'과 실존적 존재감
자코메티에게 작업의 출발점이자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모델의 눈빛과 시선이었습니다.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시선이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죽은 자의 해골에 불과하다."
— 알베르토 자코메티
작품 속 아네트는 화면 중앙에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강렬하게 열린 눈동자와 정직한 포즈는 관람객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듯한 강렬한 실존감을 전달합니다.
2. 가라앉은 색조와 프레임(틀) 구조
색채의 절제:
회색, 갈색, 검은색, 흑갈색 위주의 절제된 모노톤 색조를 사용하여 대상의 외형적 화려함보다 존재 자체의 무게감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일부 연작에서는 아네트의 붉은 재킷 등 최소한의 포인트 색상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화면 속 선과 프레임:
인물 주변에 덧그려진 네모난 선(프레임)은 화면 속 인물을 공간 안에 억류하거나, 관람객이 인물의 시선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3. 끊임없는 수정과 '미완성'의 미학
자코메티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작품을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961년 파리 전시회에 이 초상화를 처음 출품한 이후에도, 그는 다시 캔버스를 가져와 아네트의 코와 눈빛, 배경을 지속적으로 덧칠하며 고쳤습니다.
캔버스 위에 수없이 겹쳐진 수직·수평의 붓 자국과 드로잉 선은 눈앞의 대상을 완전하게 담아내고자 투쟁했던 작가의 고뇌와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코메티는 회화를 가리켜 "사물이 나를 어떻게 끌어당기는지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